행간을 읽고, 침묵을 듣는다

글의 진정한 의미는 행간에 있다라는 말을
습관처럼 주워섬긴 것이 30년이 다 되어간다.

행간이 뭔지도 몰랐던 스무살 시절
맛도 모르는 소주를 홀짝거리고,
김치국물을 젓가락으로 찍어 빨면서
그저 얘기를 했던 선배가 좋아서
불콰해진 얼굴로 중얼거리며 히죽거리던 것이
여전히 어제 일이었던 것처럼 기억이 난다.

글의 의미가 행간에 있다면,
말의 의미는 말과 말 사이 들숨과 날숨,
머뭇거림, 망설임, 주저함 그 어딘가의
침묵에 있다고 해도 되지 않을까?

누구나 다 아는 얘기를 한번 더 쳐다보고
자기 나름으로 정리해 보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철학이될 수 있는 것처럼
행간이든 침묵이든 새로울 것 없는 이야기를
되새김질 하듯 꼭꼭 씹어 몰랐다는 듯 한번 더 삼켜주는 것이
글이라는게 될 수도 있는 것이라고  길게 한번 울고는

먼 산 한번 바라보고 후텁한 밤공기 가로질러
어슬렁 어슬렁 집으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