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해 시인의 [이불을 꿰매면서]가
최영미 시인의 [서른잔치는 끝났다]가
곽재구 시인의 [사평역에서]가
인생 최고의 시라고 말하고 다니던
아무개 아무놈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세상과 동떨어진 글을 쓴다는 것이 얼마나
가치 없는 일인가에 대해 열변을 토하고
말에 취하고 술에 취해 불콰한 얼굴로
쓰러져 잠이 드는 것이 만족스러웠던
기억이 떠오르는 것 같기도 하고,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느냐는
질문을 던지는데 25년쯤 걸린 겁쟁이가
있었던 것도 같으다.
현실을 직시할 자신이 없으니
솔직히 말할 자신도 없으니
입을 다물고 있는 것조차 그럴듯 하게
포장하기 위해 다른 이의 입을 빌리는 시절이었다.
앞으로도 고민만 하다가
하루하루 버티는 것에 대견해 하다가
누구보다 행복하게 사는 척 하다가
그렇게 시나브로 죽어버리는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