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여름 오후의 하루살이

하루하루를 힘들게 살던 친구는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했다.

“이렇게 상태가 심한데, 사회생활은 어떻게 하셨어요?”라는
의사의 말에 친구는 “살아야했어요”라고, 대답했다 한다.

죽지 못해 산다는 말을 입 끝에 매달고 지낸 것이 몇 년이던가.
살아야했다는 말이 왜 이렇게 가슴을 치는 것일까?
살아야야 하는 이유가 삶에 있다는 것을 잊고 살아왔다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라는 것을, 왜 모든 깨달음은
누군가 일러주기 전에는 내게 오지 않는 것일까?

장난 반 진담 반으로 누가 더 불행하게 사는가에 대해
핏대를 세운 적은 있었을지 몰라도
울컥한 마음에 극단적인 생각을 한 적은 있었어도
삶의 저 아래까지 가.라.앉.아. 본 적이 없기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먹먹해진 가슴을 풀어낼 방법도 알 수 없었다.

우주를 향해 시속 10만킬로미터로 던져진
야구공에 붙어있는 미세먼지 같은 삶에 좌절하면서도
한번도 삶을 져버릴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책에서 본 무엇, 언젠가 들었던 그것 밖에는 모르는
얄팍한 인생으로는 그 무엇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