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공원

복잡하고 지루한 지하철을 빠져나와
네모 반듯한 사무실로 향하는 출근길

시간을 재촉하는 벼락 같은 구둣발 사이로
무심한 손길을 따라 풀 베는 소리 요란한데,

뿌리 잃은 몸뚱아리가 짓밟힐 때마다
상쾌하고 비릿한 피냄새가 허공으로 튀어오른다

긴 하품 끝에 매달린 한 방울 눈물 속
부풀어 오른 하늘이 파랗게 흔들린다

깜빡이는 신호등에 쫓겨 바빠진 걸음을 따라
허리 잘린 사람들이 덜그덕 덜그덕 소리를 내며 흘러간다

바람이 그 뒤를 조용히 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