뺨에 서쪽을 빛내다*

늦은 밤, 가슴이 뛰는 다섯 번째 계절
익산행 버스 한 켠에서
조용히 시를 더듬어 본다

도무지 알 수 없는 그의 가슴 속을 헤매고 다닌다

밤을 밝혀 발길을 재촉하지만
그녀의 눈에 보이는 세상 모든 것이 시인데 어찌
그 울울창창한 미로를 빠져 나올 수 있을까

그저 같은 자리를 맴돌다 만난 풀 한 포기,
가슴을 치는 한 마디 말,
마음에 박히는 점 하나에 울고 웃을 뿐인 것을

다만 온 마음으로 애닯게 사랑할 밖에

 

*장석남 시인의 여섯 번째 시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