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보다가

1.
TV를 보다가 눈 앞을 스쳐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곳 저곳을 무심히 꼴라주하고 있는 나를 보고는 문득 놀라는 것도 이제는 귀찮을 뿐이고, 허겁지겁 밥을 먹다가 어느새 마음 속으로 하나, 둘, 셋, 넷 …. 쉰 번을 씹고 삼키는 내 모습에 쓴웃음을 짓고는 서둘러 목구멍 너머로 남은 밥을 밀어 넘기는 것도 지겨울 뿐이다.

2.
흐르는 시간 속에서 숨쉬듯 익숙해지는 것들이 헤아리기 힘들만큼 많은데, 아무리 떠올리려해도 기억 저편에 가라앉아 떠오르지 않는 것들이 시나브로 쌓여가는데, 너를 잊는 일은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고, 너의 모습은 시간이 지날수록 선명해진다.

3.
거짓말이다. 그래서 미안하다. 미안하다. 미안할 뿐이다.

4.
오늘 하루도 뜯어붙인 네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돌아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