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선에 서서

오랜 기다림 끝에
홀로 험한 세상 견뎌오던 허물을 벗고,
모두의 축복을 받으며 세상 속으로
날아오르기 위해 너와 나는
우리가 되어 서로의 온기를 나누네

사랑한다는 것은 둘이 서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이라지만
그저 바라보고만 있다 한들 무슨 상관이랴

사랑하는 두 사람이 여기에
꽃과 나무처럼 걸어와 함께 서있네*

나비가 되어 꽃에 앉아도 행복하고,
매미가 되어 나무에 매달려도 좋겠네

*사랑의 사람들이여, 사계절의 기도, 이해인, 2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