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지우 - 너를 기다리는 동안

너를 기다리는 동안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사실 시라는걸 잘 해석해내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책 뒷편의 해설 같은 것들을 보게되면 시를 보는 시선이 해설의 영향을 받아 고정되어버리는 것 같아서 잘 보지 않는 편인데,  이 시를 옮겨 적기 위해 시집을 열었다가 무심코 뒷편의 해설을 읽어보았다.(사실 시집을 산지도 읽은지도 오래되었으니 '이제는 뭐 읽어도 되겠지' 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기도 하다.)

음... 다 맞는 말이었다. 뭐 '너'의 의미가 좀 과장되게 해석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고개를 끄떡거리게 만드는 말들이었다..

'음.. 그렇군 이 시가 그런 뜻이었구나....'

하지만, 나에게 이 시는 한 남자가 커피숖에서 여자를 기다리다가 혼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미안해 시킨 커피도 다 식어버리고, 커피숖의 문이 딸랑거리며 열릴 때마다 움찔거리다가 심심파적으로 냅킨에 자신의 마음을 긁적거린 낙서다.

'글의 의미는 행간에 있다.'는 말만큼 내가 좋아하는 말이 '글이 작가의 손을 떠나면 나머지는 온전히 독자의 몫이다.'라는 말이니까.^^
2008/02/29 01:05 2008/02/29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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